2015년 11월 19일 목요일

건축설계 실무 7년차...설계를 계속 할것인가에 대한 고민

건축설계를 계속 할것인가?

건축대학 5년,
대형사무소 7년차
총 합이 12년째 건축설계란걸 하고 있는 건축인으로써,
최근들어 과연 설계가 길인가..라는 어마어마한 질문을 앞에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사실 이제까지 그런 고민을 심각하게 고민해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왜냐하면, 건축설계가 하고싶어서 기존에 하던 공부를 접고 건축대학에 편입했고,
남들보다 늦었지만, 열심이 해서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하나둘씩, 이직하시는 선배님들을 보고,
또, 점점 모르고 있던 현실속에서 선배들이 겪어온 고민들을 이제야 대면하면서,
역시나 그들이 고민하던 걸 이제는 내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 된 것이다.
포화된 건축시장에서 설계라고 하는 아주 작은 밥그릇을 가지고 지지고 볶고 사는
건축설계쟁이들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을때가 있다.
사실, 선배들을 보고 와..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열심이 하다보면 저렇게 될수도 있구나..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롤모델을 찾지 못한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또 회사가 점점 설계사무소에서 그냥 대기업회사화 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점점 창의력을 그려내면서 누렸던 카타르시스보다,
잘 관리하고, 잘 조직된 회사로의 기업가치관이 전환되면서도
그전에 생각하던 회사적 가치관에서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것도 문제다.
어쨋든, 이런 최근의 고민을 누구이겐가 토로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미쳐버릴것만 같아서
생각하던차에 예전 4학년때 스튜디오교수님을 찾아가기로 했다.
교수님을 만나서 답답한 마음에 바로 본론을 풀어놓았다.
교수님은 그럼 설계말고 뭘 하고싶은지를 물었다.
사실 뭘 하고싶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별로 없고,
설계말고 무슨일이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뭘 하고싶은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교수님은 바로 답변을 주셨다.
"설계를 하다가 다른걸 하려면 그만큼 수업료를 다시 지불해야 한다"
그러면서 한가지 예를 들어 주셨다.
예전에 건설사에 다니다가 다시 설계가 하고싶어서 설계사무실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는데,
건축과를 나오긴 했지만,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해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모든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는 것이었다.

모든 일은 그만큼의 수업료를 지불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선생님 말씀의 요지였다.
즉 지금 나는 건축설계를 위해 12년간의 시간을 투자했는데,
지금 설계에서 다른쪽으로 전향한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다.

그럼 그만큼 새로운 수업료를 어떠한 형태로든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돈이 되었든, 시간이 되었든, 정신적 스트레스가 되었든 말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다시 여쭈었다.


​T자형 인간


"T자형 인간이라고 들어본적 있냐?"

선생님은 T자형 인간이라는 개념을 말씀하셨다.
역시 수업하셨던 분이셔서 그런지, 나는 다시한번 학생의 입장에서 듣게 되었다.

"일단 건축하는 사람은 T자형 인간이 되어야 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중심축으로 가지고 있는거지,
 절대 그 중심축을 쉽게 옮겨선 안돼, 왜냐하면
중심축은 깊이 들어가기 위해 있는 거니까

축을 자꾸 옮기면 깊이들어가기가 힘들어 지거든,
그리고 그 닻이 확실하다면 그다음은 수평축을 점점 넓혀나가는 거야..
수평축을 넓혀나가는데 건축설계만큼 좋은 직종은 없거든,
수평축은 다양한 분야를 넓고 두루두루 섭렵해 나가는 거지"

나는 선생님 말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뭔가 새로운 것을 계속 도전해 나가는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스마트한 선택은 아니지,
니가 한번 잡은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쉬워지거든,
만약 지금 니가 100을 써서 해야하는 일이있거든,
앞으로 5년뒤에는 80, 10년뒤에는 50만 투자해도 할수 있게 되지,

그럼 그때는 다른분야를 조금씩 더 알아갈수 있게 되지,
그렇다고 니가 가지고 있던 중심적인 축을 움직이는건 아니지,"

교수님은 계속 말을 이어나가셨다.

"건축설계만큼 다양한 분야의 깊이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없거든,
만나는 모든사람이 다 전문가지, 과학자, 정치가, 의사, 심지어는 돈이 아주 많은 사람..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는게 얼마나 좋은 기회냐,
그리고 그런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이고,,

또 프로젝트를 하면서 너는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되지,
이를 테면, 요즘 내가 새로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말이야..."

교수님이 새로하고 계신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최북단인 철원과 북한을 잇는 철도를 연결하는
남측 역사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본인은 프로젝트를 위해 DMZ를 보존하기 위한
스터디를 진행하시면서 두루미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셨다고 한다.

"너는 두루미와 학의 차이를 아냐? 나는 이제 안다."

솔직히 두루미나 학에 관심은 전혀 없다.
하지만, 교수님이 무슨말을 하려고 하시는지는 명확히 알았다.





건축설계를 계속 해야하는 이유

사실 선생님은 최근 개발사업에 손을 대셨다가 크게 데인후였다.
그래서 원래 운영하시던 본인 사무실을 잠시 접고,
지금은 큰 사무소로 자리를 옮기신 상태였다.

본인이 말씀하시는 설계를 계속 해야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설계는 우선 니가 죽을때까지 계속 할수 있는 일이다
만약 시행사나, 공공기관에 들어간다면,
업무강도가 낮고 편하게 일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재미가 없고, 또 정년을 걱정해야 하지,
하지만 건축설계는 니가 요절하지만 않는다면 장수하면서 누릴수 있는 일이지"

"둘째로 건축설계를 해야 하는 이유는,
니가 밋밋한 인간이 되지 않을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지.

설계를 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야 하거든,
그러다 보면, 누구를 만나든 할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지만,
그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밋밋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이지,
만나도 그만 안만나도 그만인 사람들이란 말이야.
하지만 건축가는 최소한 그런 사람은 아닐수 있지."


나는 교수님의 말에 완전히 털렸다.
더이상 할말도 없고 해서
예전에 수업시간에 있었던 에피소드 이야기, 지나간 옛날 이야기를 한참 하고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사실 내가 듣고 싶없던 말은,
내가 어떤 분야의 일로 전향할수 있을까 였는데,
교수님은 내가 지금일을 오히려 꼭 붙잡고 있되
좀더 많은 분야롤 넓혀 나가기를 주문하셨다.

생각해보니, 다 맞는 말뿐이다.
역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봐야 한다.

글세..
모든 선배들이 다 이분같은 조언을 해주진 않으시겠지만,
최소한 이분이 말씀해주신 중요한 논리는
꼭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어야 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